"한국시장 분석해 주니 60억 주며 대표 맡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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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림푸스한국의 방일석(39·사진)사장은 다음달 1일 일본 올림푸스 본사의 이사회에 참석한다. 단순히 한국 사업을 보고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사회의 정식 멤버로서 사업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것. 그는 한국법인 설립 1년여 만에 디지털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최근 일본 내에서도 보수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올림푸스의 첫 외국인 이사가 됐다.

방사장이 올림푸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2000년. 한국의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분석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국내 4개 대기업이 올림푸스 제품을 수입하겠다고 요청했는데, 정작 올림푸스는 한국 시장을 몰라 고민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분석을 해줬죠."

그러자 올림푸스는 방사장에게 한국법인의 첫 대표직을 권했다.

"그때 두가지를 요구했지요. 첫째, 회계·인사·경영의 독자성을 보장해달라. 둘째, 한국에서 올린 수익은 한국에 재투자한다는 원칙입니다."

올림푸스는 흔쾌히 승낙했고, 그는 초기 투자금 60억원이 예금된 통장만 달랑 들고 2000년 9월 서울로 왔다. 7명을 모아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2001년 초만 해도 시장 점유율은 2%. 올림푸스는 1998년부터 3년 연속 세계 1위였지만,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제품이었다.

고민하던 방사장은 유통단계를 단순화했다. 총판을 없애고 본사→전문대리점(할인마트)→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시스템을 갖췄다. 수입제품의 문제점인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택배회사가 고장난 제품을 수거·배달해 주는 택배시스템도 도입했다. 한국 소비자를 위해 일본과 동시에 신제품을 출시했다. 결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의 비약적인 도약. 시장조사기관인 GFK의 분석 결과 올림푸스는 지난해 17%의 시장 점유율로 국내 1위 업체가 됐다.

"이제는 기술개발도 자체적으로 해야 할 때입니다. 단순히 외국 제품을 가져다 파는 것에 그치면 기업의 장래는 보장할 수 없는 것이죠."

그는 약속대로 이익을 국내에 투자하기 위해 국내 광학 관련 벤처기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자체 기술을 확보해 한국을 디지털카메라의 기술개발과 마케팅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게 목표입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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