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내 인생의 동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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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저는 나무와 결혼했어요. 그래서 외로울 틈이 전혀 없지요."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에 있는 천리포수목원 민병갈(閔丙渴·81·미국명 오버필드 미러)원장이 오는 1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서 금탑산업훈장을 받는다. 임업인이 우리나라 산업훈장 중 최고격인 '금탑'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주위 사람들이 "낯선 타국에서 결혼도 하지 않고 어떻게 외로움을 달래느냐"고 물을 때마다 "내 인생의 동반자는 나무"라며 웃곤 했다.

閔씨는 독신으로 80평생을 건강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해 1월 병원에서 위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다. 1945년 미국 해군 중위로 한국에 처음 온 그는 유엔군사원조단·한국은행조사부에서 근무하며 한푼 두푼 돈을 모았다. 그는 이 돈으로 70년부터 의항리 산 185 일대의 바닷가 땅 18만평을 사들여 수목원으로 가꿨다.

"한국과 숲에 푹 빠진 셈이죠. 정성껏 가꾼 나무들이 우람한 모습을 드러낼 때 큰 기쁨을 느낍니다. 보고 또 봐도 물리지 않아요."

閔씨는 79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78년부터 그는 우수한 학생 아홉명을 외국의 유명 수목원에 연수보내는 등 장학 사업과 지역사회 개발,그리고 불우이웃 돕기에 관심을 쏟았다.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31개 수목원 가운데 가장 많은 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수목원은 모두 7천2백여종의 식물을 일반 국민에게 연중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閔씨가 그동안 전세계 36개국에서 3천8백여종의 다양한 식물 종(種)을 들여와 심고 애지중지 가꾼 덕이다.

태안=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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