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민당"총선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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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독일 집권 사민당(SPD)이 독일 사상 최대의 불법 비자금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의 지지도가 야당인 기민당(CDU)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독일판 '쓰레기 게이트'마저 터져 슈뢰더 총리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검찰이 지금까지 밝혀낸 혐의는 사민당 쾰른 지구당이 1994년부터 98년 사이에 51만마르크(약 3억1천2백만원)의 기부금을 받아 이를 불법 전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돈이 쾰른 지역에 대형 쓰레기 소각장을 건립한 C L 슈타인뮐러사가 소각장 건립 추진 때 주민의 반대 등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당시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집권당인 사민당에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포착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돈세탁을 위해 스위스의 한 회사 계좌로 돈을 빼돌려 기업간 거래로 위장하는 등 불법행위가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비자금 스캔들의 규모가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사민당 지도부는 이 사건을 '쾰른 지구당 차원의 비리'로 규정, 중앙당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비자금이 제공될 당시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총리였던 프란츠 뮌터페링 현 사민당 사무총장이 "나는 모르는 일이며, 전임자인 요하네스 라우 현 대통령의 주총리 시절 일어난 일"이라고 발뺌한 데 따라 현직 대통령 조사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등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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