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16년 만에 “서울 불바다”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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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은 12일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재개 움직임과 관련해 “모든 전선에서 전면적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의 군사적 타격은 비례적 원칙에 따른 일대일 대응이 아니라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중대포고’에서 “이미 예고한 대로 반(反)공화국 심리전 수단을 흔적 없이 청산해버리기 위한 전면적 군사적 타격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4일 전선중부지구사령관 명의의 ‘공개 경고장’에서 “(남한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할 경우 직접 조준 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참모부는 “괴뢰들은 군사분계선 일대의 11개소에서 이미 심리전용 확성기를 설치했다”며 “심리전 재개 시도는 6·15 공동선언과 그에 기초해 작성된 북남 군사적 합의에 대한 노골적 파기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군사적으로 심리전이 전쟁 수행의 기본작전 형식의 하나라는 점에서 반공화국 심리전 수단 설치는 우리에 대한 직접적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북한 군부는 A4용지 한 장 분량의 ‘포고문’에서 우리 정부를 ‘역적패당’으로 여섯 차례나 지칭했고 ‘이명박 역도’ ‘괴뢰 국방장관 김태영’ 등 거친 거명 비난을 퍼부었다. 정부 당국자는 “6·2 지방선거 이후 한동안 주춤하던 북한이 ‘서울 불바다’까지 운운하며 대남 군사위협의 강도를 부쩍 높인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울 불바다’ 언급은 1994년 3월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한 측 박영수 대표가 꺼내 남북 간에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은 16년 만이다. 북한은 2008년 8월에는 “우리의 선제공격이 시작되면 단순히 불바다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군 관계자는 13일 “현재까지 북한군의 특이한 동향은 포착되고 있지 않다”며 “전방 지역의 관측 장비 가동률을 높이고 인원을 추가로 투입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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