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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안 와닿는 중소기업 지원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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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소기업이 우리 산업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나가 공감한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자금난.인력난.판로난 등 어느 하나 속 시원한 해결 없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 문제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없어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은 어느 국가 못지않게 다양하게 잘 수립돼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마다 경쟁이나 하듯 중소기업 정책을 수립해 발표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도 손가락으로 꼽아도 모자랄 정도로 많다.

문제는 정책을 집행하고 운영하는 방식에 있다.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꾸 장밋빛 대책만 내놓고 유사한 지원기관만 만들어 혼란을 주기보다 기존의 정책을 현실에 맞도록 개편하고 지원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중소기업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은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져서 움직이고 있다. 때문에 제대로 된 정책이 수립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중소기업 정책 집행에 있어 운영의 묘를 살렸으면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중소기업 대책들을 보면 거의 모두 중소기업 지원 기준이라는 틀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다 모든 중소기업을 끼워 맞추려고 한다. 중소기업은 규모 및 업종과 업력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성 또한 제각기 상이하며 직면하는 문제점도 다양하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지원책도 큰 방향만 제시해 놓고 운영은 실제 중소기업과 밀착돼 있는 지원기관에서 개별 중소기업 특성에 맞도록 자유롭게 판단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본금.매출액.부채비율 등의 기준으로 일정 점수가 되는 업체만 지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원하지 못하는 현 중소기업지원체제하에서는 실제 중소기업정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체가 매우 제한적이다. 중소기업 지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계량적인 기준이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 결정할 수 없는 것이 중소기업 사업이라고 본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심사평가할 때 별도의 평가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평가자가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획일적인 심사기준을 과감히 버리고 지원기관에서 담당자들이 주관적으로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해 지원해 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지원기관의 직원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그에 따른 역할과 책임도 커져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중소기업 지원기관의 역할 분장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관련 기관이 너무나 많다 보니 중소기업이 경영 애로에 직면했을 경우 실제 어디에 가서 상담하고 지원받을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처마다 중소기업을 지원한답시고 여러 가지 제도와 산하기관을 수없이 만들어 왔다. 원스톱 지원체제가 단지 중소기업 지원기관을 한군데로 모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중소기업 문제는 단지 한 부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엉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이 어떤 문제에 직면할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기관을 이용하면서 지원받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유사기관을 통폐합해 지원업무를 한 곳으로 모으는 과감한 개편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중소기업 지원기관의 지원 자세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 중소기업자들이 행정적인 업무 처리나 지원을 받기 위해 관련 지원기관에 방문하면 담당자들의 상담 및 업무처리 태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중소기업들이 찾아가면 긍정적인 측면에서 적극 검토하기보다 일단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지원기관의 문을 노크하는데 그것을 같이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주기 바란다.

조봉현 ㈜프렉코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