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찰칵 찰칵, 셀프 스튜디오 … 화보 같은 가족사진을 찍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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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아이들과 함께 찍는 사진은 놀이를 하듯 즐겨야 자연스럽다. 준이네 가족은 발을 제거한 동그란 의자를 공처럼 굴리며 촬영했다.

준이네가 간 곳은 서울 잠원동에 있는 ‘채리 스튜디오’였다. 3층짜리 벽돌 건물인 이곳엔 욕실과 거실(1층), 거실(2층), 클래식한 서재(3층) 분위기의 스튜디오가 있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직원이 앞서 다녀간 고객들이 공간마다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정리한 앨범을 보여주고, 스튜디오 사용법을 설명해줬다. 이젠 준이네 가족이 사진 찍을 차례. 두 시간 동안 이 스튜디오를 독차지할 수 있다.

준이네 가족이 먼저 간 곳은 2층의 거실. 민들레꽃 그림이 그려진 벽지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첫 촬영 장소가 결정되자 직원이 조명 쓰는 법을 알려줬다. 강씨는 준비해온 DSLR로 사진을 찍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명은 스튜디오 것을 사용한다. 세팅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설명을 들으면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강씨는 벽 앞에 놓인 동그란 의자의 다리 부분을 빼서 공처럼 바닥에 놓고 그 위에 준이와 엄마를 앉힌 다음 흔들흔들 장난치는 모습을 찍겠다고 했다. 이 방에 있는 색색의 플라스틱 공을 가지고 준이가 노는 동안 강씨는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아이와 찍는 모든 촬영이 그렇듯 준이도 공놀이만 하려고 한다. 온갖 방법으로 준이를 꼬여내 자리에 앉힌 뒤 아빠는 셀프타이머를 작동시키고 사진기와 가족 사이를 오가느라 바쁘다.

채리 스튜디오 1층에 있는 욕조와 2층 포스트잇 벽면을 배경으로 한 사진.

2층 촬영이 끝나고 간 곳은 1층의 목욕탕. 전화로 실내 구성 안내를 받을 때부터 계획한 컷이다. 흰색 욕조에 맞춰 빨간색 티셔츠도 준비했다. 스튜디오에 준비된 옷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가족끼리 같은 티셔츠를 입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준비한 것이다.

욕조 컷까지 찍고 나니 예정한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원래는 3층 서재에서도 촬영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포기했다. 강씨 부부는 “조명을 이동하고 포즈를 잡고 카메라 앵글을 조정하고 모든 과정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셀프’라서 역시 계획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 파일은 물론 고객이 가져간다.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디지털 색 보정, 인화 등의 후반 작업을 스튜디오에 의뢰할 수 있다.

셀프 스튜디오 이용 방법

1 홈페이지에서 스튜디오 내 공간과 이용료를 점검한다.
스튜디오에 따라 주중과 휴일 요금, 인원수에 따라 비용이 다르다.

2 전화로 정확한 스케줄을 정한 다음 예약금을 입금한다.

3 촬영 당일 전까지 찍고 싶은 사진의 컨셉트와 내용을 고민한다.

4 내용이 정해지면 필요한 의상과 소품, 카메라를 준비한다.
카메라는 스튜디오에서 빌릴 수도 있다.

5 스튜디오에서 조명 세팅과 각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촬영한다.


경험자 한마디  아이 어리면 이모나 할머니와 함께 가세요

이재민(32·웹기획자) “촬영 당일에는 아이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소품을 챙겨가는 것은 필수. 가족끼리 오붓하게 촬영하는 게 셀프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목적이지만 아이가 어릴수록 이모나 할머니 등을 반드시 동반할 것. 의외로 부모는 할 일이 많아서 아이와 시선을 맞추고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민수(39·회사원) “멋진 가족사진을 얻고 싶다면 좋은 샘플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프로사진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는 것. 이왕이면 프린트를 하거나 휴대용 메모리에 파일을 담아 촬영장에서도 중간중간에 보면서 활용하라. 조명을 충분히 익히는 게 중요하다. 스튜디오에서 알려주는 조명 세팅과 각도가 모든 배경, 포즈에 어울리는 건 아니다. 그 때문에 조명의 위치와 각도를 조금씩 옮겨가면서 테스트 촬영을 하고 마음에 드는 상태를 고르는 게 좋다.”

갈 만한 셀프 스튜디오

● 채리 스튜디오 www.chaeri.com

3층짜리 벽돌집을 개조한 스튜디오로 자연광을 이용한 촬영이 가능하다. 층별로 분위기가 각각 다르고 1층에는 욕조도 있다. 추가 비용을 내면 정원 촬영도 가능하다. 2시간 이용료는 10만원(주말·아이 1명 기준). 서울 잠원동. 02-512-7317

● 라움 스튜디오 www.raum.kr

알록달록한 색감의 주방, 심플하고 현대적인 거실 등 상반된 분위기의 공간들로 꾸며져 있다. 각각의 공간마다 소품들이 많이 준비돼 있다. 1시간당 이용료 3만5000원(3인 기준). 서울 양재동. 070-8163-2010

● 이글루 스튜디오 www.igloo.co.kr

지중해풍, 프로방스풍, 럭셔리 공간 등 테마별로 꾸며진 공간이 14개나 된다. 소파부터 마술봉까지 공간 테마에 맞도록 각종 소품들이 준비돼 있다. 2시간 이용료 10만원(주말). 서울 장안동. 02-2245-1687



TIP 가족사진 찍을 때 커플룩 입는 법

엄마 아빠가 20~30대라면 흰색 바탕에 만화 주인공 등이 그려진 캐릭터 티셔츠 또는 원색 컬러 티셔츠에 청바지를 맞춰 입는 게 발랄해 보인다. 너무 어려 보이는 디자인이나 컬러가 부담스러운 30대 후반~40대 이상의 엄마아빠라면 피부 톤을 화사하게 살려주는 옅은 핑크 계열의 셔츠에 베이지색 치노 팬츠가 어울린다. 커플룩이라고 옷을 동일하게 맞출 필요는 없다.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나 운동화, 선글라스 등 액세서리만 통일해도 귀엽고 경쾌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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