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8. 1% 성장 달갑지 않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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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호 26면

1분기 성장률이 8.1%를 기록했다. 29분기 만에 최고치다. 주식시장 측면에서 높은 성장률은 환영할 만한 재료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처럼은 안 되겠지만 높은 성장을 유지한다면 주가는 탄탄한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다. 반면 하반기부터 성장이 뚝 떨어질 경우 1분기 고성장은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종우의 Market Watch

주가는 경제 수준과 함께 방향성을 반영해 움직인다. 수준은 현재 성장률이 어느 정도인가에 관한 문제이고, 방향성은 경제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느냐 아니면 천장에서 내려오느냐에 관한 부분이다. 만일 성장률이 8.1%를 정점으로 하반기에 빠르게 내려온다면 주식시장은 내내 나빠진 방향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선진국은 경제 수준이 주가를 좌우하지만 이머징 마켓은 경제 방향성이 더 큰 역할을 한다. 선진국은 경제가 안정적인 만큼 주가 변동도 크지 않지만 이머징 마켓은 경제가 급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우리 시장이 잘 보여 줬다. 성장률이 0%대에 지나지 않았지만 경제가 바닥에서 빠르게 벗어났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는 경기 둔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상반기의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인데 이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경기를 끌고 가는 한 축이 약해진 것도 부담이다. 그동안 정부의 재정 지출이 경기 회복의 원동력이었는데 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더 이상 방만한 재정이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월간 지표가 이미 2~3월을 기점으로 약해지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시장에 반영됐어야 하는데 선진국 경기 회복에 가려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반기에 선진국 경기까지 둔화할 경우 영향이 늦게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경기 둔화 폭이다. 하반기 경기 둔화가 단순히 속도를 조절하는 차원이어서 빠른 시간 내 마무리되고 내년부터 4~5%의 성장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주가는 조정이 크지 않고 짧은 시간 내에 마무리될 것이다. 반면 경기 둔화 폭이 클 경우 시장은 1년 넘게 끌고 온 박스권을 하향 이탈해 한 단계 낮아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 8%대 성장을 확인하고도 정부가 선뜻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경기 지속성에 대한 확신이 없다. 여기에 재정의 역할이 빠지고 유럽은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폭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3분기는 경기 둔화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1분기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인데 이 점이 8%대의 높은 성장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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