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MLB행 희망의 축포 이승엽 연이틀 홈런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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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전날의 한방은 우연이 아니었다.'라이언 킹' 이승엽(26·삼성)이 이틀 연속 홈런을 때려 메이저리그를 흔들어댔다.

시카고 컵스의 초청선수 이승엽은 5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호호캄파크에서 벌어진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5-7로 뒤진 5회 말 1사 2루에서 대타로 등장, 볼카운트 2-2에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동점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전날 왼손 투수의 공을 밀어쳐 왼쪽 담장으로 넘긴데 이어 이날은 오른손 투수의 공을 끌어당겨 오른쪽으로 넘겼다.

정식 선수가 아니라 대타로만 타석에 나서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활약이다. 2년 뒤 해외진출 자격이 생기는 그로서는 이번 홈런 두방으로 미국 진출에 자신감을 가져 볼 만하다.

이승엽은 "체인지업이 높게 들어왔다. 실투였다. 이젠 여유가 생겨 공이 잘 보인다. 스윙이 제대로 이뤄지고 배트 스피드도 좋았다. 바뀐 타격폼(다리를 많이 들지 않는 자세)에 적응이 돼간다. 공을 반박자 정도 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빠른 시간에 충분히 메이저리그에 적응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는 말투다.

그러나 이날 홈런을 때린 상대가 마이너리그 더블A 소속의 초청선수 크리스 부트첵이었고, 전날 던진 애런 풀츠도 지난해 구원투수로서는 높은 방어율(4.56)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이승엽이 당장이라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쟁쟁한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때린 홈런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에르난데스나 펠릭스 로드리게스(이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는 맥없이 물러났다.

영리한 이승엽도 이런 정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3일밖에 안 남아 아쉽다. 더 많이 배워가겠다"고 덧붙였다.

두방의 홈런으로 가능성을 확인했고, 컵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것 만으로도 이번 캠프 합류를 통해 얻을 것은 모두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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