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동서,로비 주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이용호씨의 동서 金모씨가 5일 체포됨에 따라 특검팀의 수사가 이용호 게이트의 본질인 정·관계 로비 의혹에 바짝 접근하고 있다.

특검팀은 그동안 이용호씨 계열사 전직 간부 등을 통해 金씨가 정치권 실세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는 제보들을 접수해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제보 내용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권으로 작지 않은 파장이 일 수 있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金씨가 이용호씨 처제가 대표로 있던 컴퓨터 판매회사 M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이용호씨의 자금 중 일부를 관리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M사가 영수증 판매상에게서 가짜 매출전표 등을 사들이는 수법으로 KEP전자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주가를 조작하는 데 활용됐고, 이를 통해 이용호씨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구도도 특검팀은 그려둔 상태다.

특검팀은 특히 1999년 10월 KEP전자의 회계조작이 세무당국에 적발당하고도 1억4천여만원의 비교적 가벼운 납세처분만 받는 과정에 정·관계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이용호씨가 지난해 4월까지 서울 여의도에 KEP전자와 M사의 부설격인 별도의 사무실을 열어 정치권에 자금을 제공하는 장소로 사용했다는 첩보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 부근에 여권 실세의 측근들이 운영하는 ○○연구소 등이 있어 접근이 용이했다는 것.

그리고 이용호씨의 장인 명의로 임대됐던 이 사무실을 金씨가 주로 이용하면서 자금을 전달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당시 이용호씨측이 '고아원 기부''교회 헌금'이란 명목으로 한번에 수억원의 돈을 나르도록 했다는 제보도 접수돼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M사와 함께 이용호씨의 자금창구로 알려진 B사에 대해서도 추적 중이다.

한편 특검팀은 검찰 간부의 이용호씨 수사정보 유출과 관련, 2000년 5월 이용호씨가 횡령 혐의로 체포되기 직전에 검찰 간부가 씨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알려주었다는 첩보도 입수해 확인하고 있다.

허귀식·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