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제2부 薔薇戰爭 제2장 揚州夢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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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소한 일상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범상하게 느끼지 않는 뛰어난 시적 감수성과 통찰력을 갖고 있던 두목은 이를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번진의 난 때 무공을 세운 영웅이라고."

두목은 두구화의 말을 되받으며 물어 말하였다.

"그럼 어찌하여 나는 그들의 이름을 지금까지 한번도 듣지 못하였던 것이냐."

"듣자옵기는 나으리,그 두 사람은 우리 당나라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이다."

"당나라 사람이 아니라면."

"동쪽 나라에서 건너온 이국 사람이라 하더이다."

"동쪽에서 건너온 사람이라니,도대체 그곳이 어디냐."

"소상히는 모르겠사오나 동이라고 하더이다."

동이(東夷). 이는 '동쪽의 오랑캐'란 말로 중국에서 그들의 동쪽에 사는 이민족을 얕잡아 보던 용어로 특히 신라를 가리키던 용어였던 것이다.

"동이라면 신라가 아닐 것이냐. 그런데 그 신라인들이 번진의 난 때 무슨 공을 세웠기에 저토록 기녀들이 앞을 다투어 노래를 부르고 있단 말이냐."

그러자 두구화가 말을 받았다.

"소저는 잘 모르지만 듣자옵기에 두 사람은 동이에서 건너와 군문에 입대하였다 하더이다. 장보고는 형이고,정년은 그보다 나이가 어려 동생이었는데, 두 사람은 모두 싸움을 잘 하여 말을 타고, 창을 휘두르면 아무도 그들을 당해내지 못하였다 하더이다. 특히 형 장보고는 활을 잘 쏘았고, 정년은 검술에 뛰어나 이사도를 말에서 떨어뜨린 사람은 활을 쏜 장보고였고, 말을 타고 달려 들어가 이사도의 목을 먼저 벤 사람은 정년이어서 절도사 나으리도 두 사람 중 누구의 무공이 뛰어났다고 감히 판단하지 못하여 두 사람 모두를 함께 군중소장으로 진급시켰다고 전해오고 있나이다. 그 후부터 양주에서는 곽자의 대신 장보고를, 이광필 대신 정년의 이름을 넣어 노래하는 후정화가 나으리께오서 방금 들으셨던 대로 유행하고 있나이다."

두구화의 말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옛말에 이르기를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하였던가. 이사도의 난이 일어났던 산둥반도에서 이곳의 양주까지는 천리가 넘는 먼 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부터 귀에서 귀로, 입에서 입을 통해 이곳까지 풍문이 전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문이야말로 진실이 아닐 것인가.

"그러면 다시 함태화에게 묻겠다."

두구화의 말을 들은 두목은 짓궂은 미소를 띠면서 물어 말하였다.

"함태화는 누구의 품에 안기고 싶으냐. 장보고의 품이더냐, 아니면 정년의 품이더냐."

"정히 알고 싶으시나이까."

"정히 알고 싶으니 내가 묻는 것이 아니더냐."

"이미 말씀드리지 아니하였나이까. 이 소저가 안기고 싶은 품은 오직 살아있는 나으리의 품속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네 말대로 곽자의와 이광필은 이미 죽어 백골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장보고와 정년은 아직 살아있는 천하의 영웅이 아닐 것이냐."

"나으리."

두구화가 하얗게 눈을 흘기며 두목에게 말하였다.

"이 함태화에겐 오직 나으리뿐이나이다. 나으리야말로 소저의 곽자의이자 장보고이나이다."

"정히 그러하다면 여근주(女根酒)를 다오."

"나으리, 아직 날이 어두워지지 않았나이다."

"주렴을 내리면 되지 않겠느냐. 어서 여근주를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정히 보채시면 드리겠나이다."

홍조 띤 얼굴로 두구화가 일어서서 주렴을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치마를 벗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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