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후 핵테러 대비 美 '地下정부' 운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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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워싱턴=김진 특파원] 미국 정부가 9·11 테러 이후 워싱턴 외곽의 지하 벙커에서 핵 테러 공격에 대비한 비상 예비정부(Shadow Government)를 비밀리에 운영 중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테러 직후부터 지금까지 백악관과 연방정부 부처·중앙정보국(CIA) 등 주요 정부 기관의 고위 관리 1백여명이 비상시 연방정부 기능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24시간 지하 벙커에서 지내며 일을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부터 내려오던 예비정부 계획을 미 정부가 직접 실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9·11 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긴급 구성한 예비정부는 핵 테러 공격으로 워싱턴이 완전 파괴된 뒤에도 식량·물·교통·에너지·통신 공급 등 연방정부의 필수기능을 유지하고, 사회 질서의 교란을 막는 한편 연방정부를 재구성하는 임무를 띤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연속성(COG)'이라고 명명된 이 계획에 따라 지난 6개월간 테러 위협 정도별로 70~1백50명의 고위 관리들이 90일 간격으로 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리들은 파견될 때 "출장 간다"고만 하고 어디에 왜 가는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예비정부는 미 동부 해안에 있는 두 곳의 지하 벙커 중 한 곳에 있으나 정확한 위치는 베일에 가려 있다. 9·11 테러 직후 딕 체니 부통령과 행정부 장·차관, 의회 지도자들은 이 벙커로 긴급 대피했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테러 조직인 알 카에다가 휴대용 핵무기 구입을 시도하는 등 워싱턴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예비정부는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무기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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