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첫 모의수능, 50%는 EBS 교재·강의 연계해 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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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3 학생과 재수생 등 71만여 명이 10일 응시한 6월 모의수능에서 EBS 교재에 나온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모의수능에서 나온 문제의 50%가 EBS 교재의 문제를 활용한 것이다. 숫자만 바꿔 출제하거나 EBS 교재에 나온 지문이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6월 모의수능의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에 비해 비슷하거나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이 EBS 교재에서 본 문제와 유사하게 출제되는 바람에 체감 난이도가 낮았다는 것이다.

이번 모의수능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수능을 EBS 교재·강의와 연계해 출제하겠다고 밝힌 뒤 처음으로 치러진 시험이다.

◆EBS에서 얼마나 나왔나=언어영역에서는 지문 길이와 문항 수가 다양했던 지난해 수능의 경향이 유지됐다. 시각 자료와 보기를 활용한 문제가 많은 것도 비슷했다. 문학작품으로 김춘수의 ‘강우’, 허전의 ‘고공가’ 등 EBS 수능 교재에서 다뤄진 작품이 지문으로 나왔다. 현대소설로 임철우의 ‘눈이 오면’과 고전소설 ‘낙성비룡’은 EBS 교재에 실린 작품의 지문 일부가 출제됐지만 문제에서 다루는 내용은 달랐다. 종로학원 김명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모의수능을 살펴본 결과 올해 수능에서는 EBS 교재의 비중이 예년에 비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리영역에서는 가형에 비해 나형의 EBS 연계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수리 나형 14번 문제는 EBS 교재 문제에서 숫자만 바꿔 출제됐다. 동일한 그래프가 쓰이기도 했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분석실장은 “올해 수능 수리 가형은 6월 모의수능 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적분·이차곡선·벡터 등에서 난이도가 높은 문제 출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어영역에선 EBS 교재의 지문을 같게 출제하면서 문제만 살짝 바꾼 유형과 지문을 자체적으로 재편집하거나 내용을 수정해 출제한 경향이 나타났다. 입시전문가들은 “외국어는 지문이 직간접적으로 상당히 연계됐으나 유형이나 어휘가 바뀌어 출제됐고, EBS 교재 외 문항에서 점수 차가 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정부 방침에 따라 출제진이 문제 구상 단계에서부터 EBS 교재를 꺼내 놓고 참고했다”며 “영역별 EBS 연계율은 언어 56%, 수리 가형 52%, 수리 나형 50%, 외국어 50%, 사회탐구 50.9%, 과학탐구 53.8%”라고 설명했다.

◆11월 18일 수능은 어떨까=평가원 측은 이번 모의수능에서 50%를 연계 출제하고, 9월 모의수능에서 60%로 올리며, 실제 수능에선 70%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EBS 교재나 방송 내용과 똑같은 문제가 실제 수능에서 출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험생들의 입장에선 다소 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수능의 난이도는 전년도에 비해 다소 낮아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수능 EBS 연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고교 교사들은 “ EBS 교재 연계율만 강조하면 학교 교육이 무너질 수 있다”며 “교과과정을 충실하게 공부하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타에듀 유병화 평가이사는 “수능에서 고득점을 하려면 EBS 교재에만 몰두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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