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리스전 전날 머리를 비워라 떨면 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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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아! 첫 경기 전날 밤에는 머리를 비워라. 떨면 진다는 사실도 명심하고.” 홍명보(사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그리스와 첫 경기를 앞두고 10일(한국시간) 후배 태극전사들에게 경험담을 소개했다. 통산 월드컵 4회 출전의 관록이 우러나오는 조언이다. 그는 “내 경험상 경기 전날에는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머리를 비우는 게 좋다. 두려워하고 긴장하고 압박감에 시달리면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 왔던 경기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가진 기량을 맘껏 발휘하라”고 주문했다. 홍 감독은 첫 월드컵 출전이었던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때만 해도 긴장하기보다는 설레었다고 회고했다. 6월 12일 벨기에와 첫 경기에서 월드컵에 데뷔한 그는 “내가 선발로 나서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는데 경기 전날 주전팀에서 훈련하면서 느낌이 좋았다”며 “어린 나이라 긴장감과 두려움보다는 월드컵에서 뛸 수 있다는 설렘과 기대 때문에 가슴이 벅찬 밤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94년 미국 월드컵과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치르면서 첫 승에 대한 부담감이 옥죄었다고 했다. 그는 “94년 미국 월드컵 때 스페인전을 앞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머리를 비우는 게 낫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가장 긴장을 많이 했던 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을 앞두고였다. 주장까지 맡아서인지 부담이 정말 컸다”며 “폴란드전에서 이기고 난 뒤에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홍 감독은 코치로 참가했던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 전날 밤도 되돌아 봤다. 그는 “밤늦게까지 치료실에 남아 민감해진 선수들의 기분을 살폈다.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패한 탓에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페인전에서 패하고도 자신감을 갖는 후배들에게서 긍정적인 모습을 봤다. 이전과는 달리 부담 없이 경기를 즐기는 후배들에게서 새로운 힘을 발견했다”고 기뻐했다. 홍 감독은 또 “2007년 코치였을 때 영국 런던에서 그리스와 맞붙은 적이 있다. 지금처럼 그리스는 신체 조건과 제공권이 좋았지만 우리가 1-0으로 이겼다. 상대 체격에 우리 선수들이 위축될 수 있지만 순발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역이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포트엘리자베스=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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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대한민국청소년축구대표팀 감독
[前] 2006년독일월드컵국가대표팀 코치

196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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