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유로존 첫 더블딥 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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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딥(일시적 경기 회복 뒤에 찾아오는 침체 현상)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것도 유로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제로 손꼽히는 핀란드에서다. 독일 등 유럽 지역의 수요 감소가 원인이고, 직접적 계기는 3월의 항만 근로자 파업이었다. 세계 경제가 살얼음판이어서 어느 나라든 조금만 삐끗하면 다시 불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핀란드 통계청은 9일(현지시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에 비해 0.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0.2%)을 했다. 핀란드 경제는 2008년 4분기부터 세 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지난해 3분기 호전(0.3%)됐으나 다시 고꾸라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진 것으로 해석한다. BBC방송은 이를 두고 “핀란드가 유로존 국가 중 처음으로 더블딥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경기 침체는 수출 부진에서 비롯됐다. 핀란드의 1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11% 감소했다. 핀란드 통계청은 발표문에서 “총수요가 전 분기 대비 1.7% 줄었다”며 “특히 수출과 설비 투자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3월 항만 파업의 영향이 컸다. 핀란드 항만 근로자들은 항만 화물 처리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려는 유럽연합(EU)의 조치에 반발해 2주 이상 파업을 벌였다. 이 바람에 핀란드 수출 물량의 90%가 발이 묶였다.

또 핀란드의 최대 수출 시장인 독일 경제가 1분기 0.2% 성장하는 데 그친 것도 핀란드 업체들의 판로를 막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연초 유럽에 강추위까지 겹치면서 수출이 예상보다 적었다”며 “핀란드의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에선 핀란드 지표를 더블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유럽 경제는 지속적인 불황 상태”라며 “더블딥보다 디플레이션의 장기화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어떤 쪽으로 보든 지표가 하락한 곳이 노키아 등 경쟁력 있는 기업이 여럿 있는 핀란드여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핀란드의 지난해 재정적자(GDP의 2.2%)는 유로존 국가 가운데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 핀란드의 지난해 GDP는 1709억 유로다.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RGE)’의 미코 폴스 이코노미스트는 “핀란드의 내수와 소비자 신뢰도는 (유럽 국가 중 최고라는) 스웨덴만큼 좋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RGE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운영하는 경제분석 업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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