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까지 가나" 긴장 : 李총재, 달래기 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회창 총재가 박근혜 부총재의 향후 행보에 대해 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朴부총재가 경선불참→탈당의 수순을 거쳐 제3의 대선후보로 나서는 것이다.

李총재 측근은 "6월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 움직임이 일고, 영남후보론이 확산되면 朴부총재가 당을 떠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朴부총재가 경선 불참을 선언한 것은 지방선거 후의 정국상황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게 李총재측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李총재의 대책은 뭘까. 먼저 탈당할 명분을 주지 않을 방침이다. 朴부총재가 요구해온 경선 선거인단의 국민참여 몫 50%를 받아들인 것은 이 때문이다. 李총재가 지난 19일 의원회관의 朴부총재 방을 찾아가 경선 참여를 설득한 것도 "朴부총재에게 할 만큼 했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총재실 관계자들은 "李총재가 앞으로도 朴부총재를 찾아가 경선 참여를 권유할 것이며, 당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의논하는 등 최대한 설득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朴부총재와 가까운 당내외 인사들을 통해 당 잔류를 설득할 계획도 갖고 있다. 朴부총재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남덕우(南悳祐)전 국무총리를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李총재는 경선 당일(5월 9,10일)까지도 '합의추대' 모양새는 극력 피할 것이라고 한다. "朴부총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라는 게 하순봉(河舜鳳)부총재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朴부총재가 끝내 탈당할 경우엔 '제2의 이인제'로 몰아붙일 생각이다. "朴부총재의 탈당은 결국 DJ(김대중 대통령)를 도와주는 것이며, 정권교체를 막는 것"이라는 점을 집중 홍보할 방침이다. 일부 당직자들은 "대구·경북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朴부총재의 선택을 공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관용(朴寬用)선준위원장·최병렬(崔秉烈)부총재 등은 "朴부총재의 탈당을 막기 위해선 그와 李총재 사이에 두텁게 형성돼 있는 불신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