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권자가 나선다 : 유아실 갖춘 남아共 도서관 네살난 딸도 책에 재미붙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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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도서관을 이야기한다고 하면 누구나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인데 뭘…" 하고 의아해 한다. 하지만 1년간 그곳에서 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다름아닌 도서관이었다. 그곳에는 한국의 동 수준에 해당하는 마을마다 서울의 동사무소 건물만한 공공 도서관이 있었다. 어느 도서관이나 사람들이 찾기 편한 곳에 있었고, 전문서적은 물론 아주 오래된 책부터 신간 도서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그곳 도서관들은 대개 절반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갓난아기와 취학 전 아이들이 이용하는 유아실엔 꼬마들 키에 맞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장난감도 있었다. 초·중·고생들의 공간에도 모두 그들의 키에 맞춰 책상·책장들이 놓여 있었다. 전문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분이 있어서 매주 단체방문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재미나게 책을 읽어주곤 했다.

나는 곧 네살 된 딸아이와 자주 동네 도서관을 이용하게 됐다. 처음엔 책을 가지고 놀거나 떠들려고만 하던 우리 아이도 차츰 그곳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갔다. 한달쯤 지나면서부터는 동화책 읽는 것을 재밌어 하며 집중력도 높아졌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한국의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 하나를 낳으면 돌도 지나기 전에 이것 저것 사주느라 부모들은 허리띠를 졸라 맨다. 아이들 책 값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책 사주는 일도 쉽지 않다. 만일 이런 책들이 한 두 아이만을 위해 가정에 꼭꼭 숨어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어느 때고 이용할 수 있는 마을 도서관에 있다면, 아이들이 이런 믿음직한 공간에서 자신이 고른 책을 읽기도 하고 숙제도 하면서 책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엄마들 한숨 쉴 일이 덜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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