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에 하루라도 쉬게 해달라" 철도노조'할 말 있는'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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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치 1백년 전 개화기 노동 조건 아래서 일하고 있는 것 같다."

파업 중인 철도 노조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글이다.

철도 노조 파업 철회 협상의 핵심쟁점은 해고자 복직과 근무시간 단축이다.

이 중에서도 노조측이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3조2교대제에 의한 근무시간 단축이다. 노조는 사측과 비공식 루트를 통해 임금이 크게 삭감되지 않고 주 1일 휴무가 보장되면 민영화 등 상당 부분의 쟁점사항에 대해 양보할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측은 근무조건 개선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들어 단계적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노조에서 복직을 요구하는 해고자들은 대부분 1988년과 94년 '주1일 휴무 보장'을 요구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이다. 일반 기업에서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이 본격 논의되고 있지만 철도 노조는 '1주일에 하루만 쉬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철도 노조의 요구는 절박하다.

철도 노조에 따르면 직원의 45%에 이르는 맞교대 근무자들은 주당 62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보다 6.9시간, 근로기준법 기준보다 18시간 많다.

노조는 "94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동 강도가 높아지면서 취침·식사시간도 줄여가며 일하고 있어 월 근무시간은 실질적으로 3백시간 이상이다. 나머지 일근 근무자와 교번 근무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동종 업종인 수도권 지하철 직원들과의 노동조건 격차가 커 노조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철도 노조 맞교대 근무자는 같은 일을 하는 지하철공사 직원보다 무려 50% 많은 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철도 노조 조합원은 "경찰도 2001년부터 3조2교대를 실시하는데 왜 철도청 직원만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 거냐. 근무시간이 훨씬 많지만 지하철공사 직원보다 월급이 적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철도청에서는 "시간외 수당이 시간당 6천원씩 지급되고 있는 데다 국민의 편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공무원의 특성상 직원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지하철공사와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며 일반 사기업의 경우도 업무에 따라 시간외 근무는 흔하다"고 반박했다.

성호준·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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