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만 내는 학자금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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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농촌 출신의 대학생이다. 매 학기 3백만원이 넘는 등록금은 무척 부담스럽다. 얼마 전 모자라는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다가 학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자가 싸고 졸업 후에 상환해도 된다기에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했다.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지 않고 내가 취직해서 갚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학교에서 학자금 대출 신청서를 작성해 가까운 S은행에 갔다. 그런데 연간 5만원 이상의 세금을 내는 가정에만 대출이 된다고 했다. 그 정도의 세금을 낼 수 있는 형편이면 굳이 학자금 대출 제도를 이용하지 않고도 등록금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월소득이 1백만원 이상인 경우에도 대출이 된다고 했지만 추수를 해야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농가에는 월소득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할 수 없이 보증보험료를 내고 대출을 받았다.1백3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보증보험료를 4만4천원이나 냈다.

학자금 대출 제도의 취지는 돈 없는 학생들에게 배울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돈이 없는 가정에선 대출받기 어렵게 돼 있었다. 그저 생색만 내려는 제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문경선·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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