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새앨범 7집 발표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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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토요일이었던 지난 16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야! 이 사람들이 전부 봄여름가을겨울 콘서트 때문에 모인거야?" "대단하다!" 등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빗발쳤다. 미처 표를 못 구해 발을 구르는 이들도 많았다.

본격 대중음악 공연장에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그룹 들국화와 가수 유재하가 가요계를 떠난 이후 허전하던 1988년, 노란 재킷이 인상적인 봄여름가을겨울의 1집 음반을 들으며 새로운 대형 뮤지션 등장에 가슴 설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4천석 가까운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객석은 빈틈없이 들어차 3층 꼭대기에서 공연을 봐야 했다. 좌석이 무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비교적 선명한 음향 덕분에 바로 옆에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콘서트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또 있다. 한 공간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무언가는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감정은 관객뿐만 아니었다. 곡 사이의 알아듣기 힘든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말 외에는 연주가 여덟곡이나 계속됐다. 오호라!5년 만에 새 앨범 7집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낸 봄여름가을겨울. 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을 보자 감동이 북받친 보컬 김종진씨가 좀처럼 인사말을 하지 못한 것이다. 김종진씨는 "너무나 고맙고 감동스러웠다. 울컥거려 눈물이 나는 걸 참느라 혼났다"고 했고, 드럼의 전태관씨는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여러분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말장난만 난무하기 일쑤인 요즘 상당수 젊은 가수들의 공연과는 달랐다. 진정한 음악 연주가 무엇인가를 보여줬던 것으로 간주할 만했다. 두시간이 넘는 공연을 열정적인 연주와 노래로 가득 채운 것이다.

초대 손님이 등장해도 봄여름가을겨울은 한번도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이적·유희열·오미란·차은주·윤도현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 이들과 함께 노래했다. 연주 외에는, 줄곧 음악을 함께 해온 베이스 연주자 송홍섭씨에 대해 고맙다고 인사한 정도가 전부였을 뿐, 군더더기 없는 공연이었다.

마지막 곡은 7집 음반 타이틀곡 '브라보 마이 라이프'. 봄여름가을겨울이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라고 노래하자, 이들의 음악과 함께 해온 지난 10여년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앙코르, 앙코르! 이윽고 공연이 끝났고 무대에 커튼이 내려왔지만, 관객 누구 하나 극장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자리에 멍하니 남아 있었다.

인생은 음악이 있기에 살 만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봄여름가을겨울. 이들이 한국의 뮤지션임이 자랑스럽다. 지난 10여년간 그러했지만 앞으로 10년, 그 다음 10년도 이들의 음악이 우리와 함께 하리라 믿는다.

브라보, 여러분의 인생! 브라보 봄여름가을겨울!

김소명(가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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