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숨겨둔 김일성 초상화·깃발 93년 법원서 몰수 선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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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철우(44) 의원이 1992년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재판에서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조선노동당 깃발과 김일성 및 김정일의 초상화를 몰수당했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 의원에 대한 당시의 1심과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조선 노동당기 1개, 김일성 초상화 1개, 김정일 초상화 1개를 피고인 이철우로부터 몰수한다"고 선고했다.

문제의 깃발과 초상화는 이 의원이 92년 6월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가입식 때 사용한 것으로 경기도 포천군에 있던 부모 집에 숨겨뒀다가 검찰 등에 압수당했다.

이 의원은 이 사건으로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민해전에 가입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99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았다. 이 의원의 재판과정에서 민해전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과 관련있는지는 판단되지 않았다.

이 의원에 대한 1심 재판 기록를 확인한 결과 그는 "충성선서를 하고 민해전에 가입했다"고 한때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기록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충성선서문에 따라 선서한 게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진술했다. 이 의원은 나중에 "선서문의 내용은 기억에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93년 7월 서울고법은 이씨의 재판과 별도로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48)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민해전은 조직 보호를 위해 사용된 조선노동당의 위장 명칭"이라며 민해전을 노동당의 지부로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황씨도 97년 8월 출간한 옥중 수기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에서 "민해전은 중부지역당이 적발됐을 경우 자생 조직임을 내세우기 위해 만들어둔 이름"이라고 밝혔다.

대검 공안부 관계자는 "민해전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의 위장 단체라는 판결이 나온 만큼 법률적으로는 이 의원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에 가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해전이 조선노동당의 하부 조직이라는 사실을 이 의원이 인지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9일 "국내의 자생적 조직인 민해전에 가입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지,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에 가입한 사실은 없다"고 북한 노동당 가입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검찰 공소 사실은 거짓"이라면서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 각본에 짜여 있는대로 당했고, (조작된)검찰 진술이 1심 판결문에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가입식은 없었다"며 "초상화(몰수 부분)는 위에서 써가지고 (집으로)내려와 안기부에서 나왔다고 해 우리 아버님이 (충격에)쓰러져 돌아가셨다"며 몰수 사실을 부인했다.

전진배.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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