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범죄에 개방? … “교문 안도 안전하지 않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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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수철의 범행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A양의 학부모는 이날 교문까지 아이를 데려다 주었다. 그래서 “도대체 학교가 아이들 안전을 어떻게 관리하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계에선 학교가 안전장치 없이 외부에 개방된 것을 한 원인으로 꼽는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 초·중·고 2000여 곳 중 90%가 학교를 주민이나 일반인 등 외부 사람들이 드나들도록 열어놓고 있다. 수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학교를 개방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규칙에 따른 것이다. 평일 아침이나 주말에 대부분의 학교 운동장을 주민들이 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교실이나 강당 등 다른 시설물도 개방 대상이다. 게다가 서울시가 2001년부터 학교공원화 사업을 추진해 학교 담장을 허물면서 학교는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됐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외부인이 운동장을 이용하고 나면 깨진 술병 치우느라 애를 먹는다”며 “취객이 학교에 들어와서 제지하면 교육청으로 주민이 민원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학교 문은 활짝 열어놨지만 안전망은 허술하다. 일부 사립초등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립초등학교에는 경비실이 없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초등학교 역시 공립으로 경비실이 없었다.

학교폭력 등을 막기 위해 일선 학교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사후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사전 예방 기능은 부실한 실정이다. 학교 폭력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가 퇴직 교원이나 경찰 위주로 위촉하는 ‘배움터 지킴이’도 있으나마나였다. A양이 피해를 입은 날 학교의 배움터 지킴이는 출근하지 않았다. 정부는 학교 인근에 아동안전지킴이집을 지정하고 있지만 A양이 위협을 받으며 학교 밖으로 끌려갈 때까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아동안전지킴이집은 위험에 처한 어린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경찰 지구대와 연계돼 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정재성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배움터 지킴이 활동 시간을 늘리거나 시간제 경비를 운영하는 등 학생들이 학교를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련·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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