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레이더·정찰기 동원 북측 움직임'손바닥 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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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행사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최전선 도라산역 주변은 20일을 전후해 긴장감이 맴돌았다. 부시 대통령이 경의선 최북단 역인 도라산역에 도착한 20일 오후 한·미 경호팀은 도라산역 주변을 겹겹이 에워쌌다.'악의 축' 발언 이후 북·미간에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이어서 한·미 경호팀은 북한군의 움직임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한·미 정상이 방문한 도라산역은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 근접해 있는 데다 부시 대통령이 DMZ 안에 위치한 미군 최전방부대까지 가도록 돼있어 도라산역에서 판문점에 이르는 서부전선 전체가 온통 비상 상황이었다.

특히 부시 대통령 방문 바로 전날 밤 늦은 시간 북한군 병사가 도라산역에서 불과 1.2㎞ 떨어진 지점의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함으로써 경호팀은 크게 긴장했다. 북한군 병사는 귀순 과정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AK소총으로 공포탄을 일곱차례 발사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합동참모본부와 육군의 서부전선부대는 밤을 꼬박 새웠다.

군당국은 북한 귀순병사가 DMZ를 완전히 건너오기 전 우리 초병에게 신병이 확보돼 강화된 경계태세가 확인된 셈이라고 자평했다.

경호팀은 20일 부시 대통령의 현장 방문 때 평소의 3배 이상에 달하는 병력을 투입해 밀집방어식으로 경계를 강화했다. 야간에도 수㎞ 앞에 다가오는 사람의 존재를 관찰할 수 있는 지상관측 레이더와 무인정찰기까지 동원해 북한군의 움직임을 낱낱이 살폈다.

공군도 돌발사태에 대비해 전투기를 서울 부근 상공에 비상대기시키고 해군도 해상 경계를 강화했다. 이에 앞서 한·미 군당국은 정찰위성과 고공정찰기(U-2)를 띄워 북한군의 동태를 사전 점검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측의 요란한 경호활동에 비해 북한쪽은 이례적으로 고요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양국 정상이 도라산역을 방문한 당일 오전부터 DMZ에 가까운 북한군 초소에 병사들의 모습이 아예 사라졌다. 초소 주변을 얼씬거리지 않고 벙커 속으로 들어가 남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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