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北韓 침공할 뜻 없다" 韓·美정상회담 대량살상무기 등 대화 해결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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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미국은 (북한을)침공할 의사가 없고, 한국도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비무장지대 건너편에 우리에 대한 위협세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려는 것뿐"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지난달 29일 그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래 북·미 충돌 가능성을 둘러싸고 고조됐던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될 계기를 맞게 됐다.

부시 대통령은 또 "우리는 공개적으로 북한 당국과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우리의 대북 대화 재개 의지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우리와)대화를 하건 하지 않건 계속해 식량을 지원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북한이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매우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회견에서 金대통령은 "오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 아무런 견해차가 없었으며, 이런 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또 "우리가 같이 북한에 진지하게 대화를 제의한 만큼 북한이 하루속히 응해 남북 간 또 북·미 간에 대화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 정권은 투명하지 않고 굶주림을 방치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어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김정일(金正日)정권이 북한 주민들을 자유롭게 하고 미국의 대화 제의를 수용하기 전엔 김정일에 대한 나의 견해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인식을 강하게 표출했다.

그는 전방 미군부대를 방문해서도 "북한이 악이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오후 경의선 남측 최북단 지점인 도라산역에서 열린 행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한국인 모두를 위해 북한은 이 길을 완성해야 할 것"이라며 경의선 복원에 북한이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나의 비전은 명확하다"며 "철조망과 공포 속에 분단된 한반도가 아니라 협력과 통상교역을 통해 언젠가는 통일될 한반도를 전망하고 있다"고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했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오전 다음 순방국인 중국으로 출발한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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