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이겨낸 풍산 美법인 PMX 르포 적자땐 감원… 흑자땐 리콜 유연한 구조조정이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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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주(州) 시더 래피즈시(市)에 있는 PMX 공장. 동(銅)제품 전문기업인 풍산이 1989년 2억2천여만달러를 들여 건설한 이 회사 현관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면에 임직원 3백87명의 사진이 붙어있다. 고개를 돌려 왼쪽 벽면을 보면 올해 이 회사가 재고용(리콜)한 직원 20명의 명단도 눈에 들어온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자 6백26명이었던 종업원 중 38%인 2백39명을 정리해고했다. 대니얼 코왈지크 사장은 "예전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더 많이 회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경영을 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 이겨낸 유연한 구조조정=PMX(www.ipmx.com)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99년과 2000년에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98년까지 4백여명에 불과했던 직원이 2000년 말에는 6백26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해 경기침체로 불황을 겪자 3월 말 90여명을 감원했고, 10월 말에는 1백49명을 더 내보냈다.

궁수균 부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직원들에게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보여주면서 이해를 구했다"면서 "노조도 흔쾌히 구조조정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노조가 정한 엄격한 서열(seniority)에 따라 직원들이 차례로 회사를 떠났다.

대량 감원 홍역을 치르면서 효율성과 생산성도 대폭 향상됐다.노(爐)에서 동괴를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인원을 세 명에서 한 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경기 좋아지자 리콜 시작=올해 들어 경기가 좋아지자 회사측은 퇴직 직원들을 다시 불렀다. 60여명에게 리콜을 실시, 현재 20명이 다시 돌아왔다. 김시근 상무는 "앞으로 일감이 더 많아지면 리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MX는 최근 두 가지 획기적인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7일 US민트(미국조폐공사)와 앞으로 5년6개월 동안 5억달러어치의 주화용 소전(素錢·무늬를 새기지 않은 동전)을 공급키로 계약했다.

또 이 회사 노사는 앞으로 5년간 장기 노사협약서에 서명했다. 매년 임·단협 협상을 하지 않고 노조가 임금인상과 각종 혜택을 회사측에 일임, 회사측이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PMX는 어떤 회사=2000년 동제품 판매량은 11만여t으로 미국 내 동제품 시장의 2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1센트짜리 동전(페니)을 제외한 니클·다임·쿼터 등 미국 동전의 절반 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로화 특수로 인해 유로 소전 3천7백만t을 공급하기도 했다. 회사 설립 당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바버라 부시 여사가 찾아와 류찬우 풍산 회장(작고)과 함께 직접 테이프 커팅을 하기도 했다.

시더 래피즈(미 아이오와주)=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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