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對美비난 계속… 표현 수위는 낮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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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시 대통령의 서울 방문을 하루 앞둔 18일 북한은 대미 비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악의 축'발언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는 듯하다. 평양방송은 "부시의 악의 축 주장은 정치문맹자의 잠꼬대"라고 쏘아붙였다. "악이 무엇인지, 축이 무슨 개념인지조차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식의 괴이한 논리를 들고 나왔다"는 비난이다.

앞서 17일에는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해외 친북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의 행간에서는 미국을 더 이상 자극하기보다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보겠다는 뜻도 감지된다. 18일 평양방송을 통해 '전쟁위험 제거는 조선반도 평화·안정보장의 절박한 요구'란 제목으로 이미 지난달 보도된 대미 비난을 되풀이하면서도 '미제(美帝)'란 표현을 미국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전쟁도발 책동''반미·반전투쟁에 떨쳐나서자'는 대목은 아예 빼버렸다. 대신 '조선반도의 전쟁위험을 가시며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란 구절이 추가된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특히 1996년 4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제주 방문 때 '반역행위''파멸의 길' 등으로 비난을 퍼부었던 것과도 확연히 비교된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가 17일 오후 남북 민간단체가 북한에서 열기로 합의했던 '2002 새해맞이 남북공동모임'을 오는 26일부터 열자고 제안해 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부시 방한 결과와는 별도로 남북간의 예정된 민간교류는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남북 당국대화 재개에 한층 기대감을 갖게 하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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