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생산성 미국의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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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 생산성본부가 발표한 2000년 노동생산성 국제비교 보고서는 외환위기를 그런대로 극복했다고 자부해온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산성본부가 2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별로 취업자 한명이 그해 국내총생산(GDP)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따지는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의 1인당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은 2000년에 3만9백35달러로 20위를 기록했다. 미국(6만6천3백41달러)의 46.6%, 일본(4만8천7백44달러)의 63.5% 수준이었다. 바꿔 말하면 우리 근로자 두명이 한 해 동안 생산한 부가가치가 미국 근로자 한명분에 못미친다는 얘기다. 1999년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0.0%, 일본의 64.1%였던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 셈이다.

노동생산성은 작성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생산성본부의 지표만으로 우리 근로자들이 일을 게을리 했다고 탓할 수는 없다. 다만 같은 기준으로 비교한 다른 나라들과의 격차가 여전하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격차가 바로 경제의 실력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나 노사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2000년의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증가율(4.7%)이 경제성장률(8.8%)을 크게 밑돈 가장 큰 이유는 비효율적인 산업구조 때문이다.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은 선진국과 큰 격차가 없었으나 서비스업에서 크게 뒤처졌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그동안 나름대로 인프라가 구축된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기술혁신을 통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함께 끌어올리는 산업구조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일터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없애는 근로의 질적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더라도 노동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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