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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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내 이름에 물(水)이 많아서 그런가.” 1998년 중국에 100년 만의 대홍수라는 수재(水災)가 발생하자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탄식처럼 던졌다는 말이다. 강(江)과 못(澤) 등 물과 관련된 글자가 이름 석 자 중 둘이나 되는 걸 빗댄 것이다.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과 맞닥뜨려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읽힌다.

강(江)은 중국에서 흔히 양쯔강(揚子江)을 일컫는 말이다. 반면 하(河)는 황하(黃河)를 가리킨다. 강(江)과 하(河)는 물 수(水)변 오른쪽에 위치한 공(工)과 가(可)로 인해 나뉘어진다. 공(工)에는 ‘곧고 반듯하다’는 뜻이 있어 강(江)은 물줄기가 비교적 곧은 것을 의미한다. 가(可)에는 ‘굴절’ 또는 ‘굽는다’는 뜻이 담겨 하(河)는 물길이 구불구불 흐르는 형상을 가리킨다. 공자가 말한 ‘만 번을 굽이쳐 흘러도 반드시 동쪽으로 향한다’는 만절필동(萬折必東)의 주인공 또한 그래서 양자강이 아닌 황하다. 특징으로 보자면 강(江)은 직(直)이요, 하(河)는 곡(曲)이다. 강과 하의 구분이 크기의 대소(大小)에 따른 것은 아닌 셈이다.

강이나 하보다 작은 건 수(水)다. 낙수(洛水)가 있다. 이보다 더 작은 물줄기는 천(川)이다. 천(川)은 뚫어서 통하게 하여 흐르는 물이다. 장인(匠人)이 판 도랑(溝)을 깊고 넓게 하면 괴(巜)가 되고, 이 괴(巜)의 물을 넓고 깊게 파서 모은 게 천(川)이다.

지난주 지방선거 결과 야당이 약진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4대 강 정비 사업이 파란(波瀾)을 맞게 됐다. 무소속의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는 “낙동강 정비사업을 중단시켜 그 예산 22조원을 복지, 일자리 예산으로 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민주당의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도 “금강 정비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물은 곧바로 흐르면 강(江)이 됐다가 굽이쳐 흐르면 하(河)가 되고, 또 뱀처럼 휜 지형에 갇히면 연못(池)이 된다. 주위 환경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정비하겠다’ ‘막겠다’ 하며 가만두지를 않는다. 그러나 물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한다는 점이다. 또 세상엔 물처럼 고르고 평평한 게 없다는 말도 있다. 다툼에 앞서 우선 이런 물의 덕성(德性)부터 배워보면 어떨까.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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