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력잡지들 日本 경제 조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기진맥진한 경제, 부실덩어리 금융,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부 빚, 지지부진한 개혁, 기대할 것 없는 정치….

세계의 주요 시사잡지들이 최신호에서 그린 일본의 현주소다. 잡지들은 12년간의 장기 불황이 이어지며 총체적 위기에 빠진 일본을 '눈물짓는 여인'에 빗대 일제히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5일자에서 '일본의 비애(The Sadness of Japan)'란 제목으로 추락하는 일본을 다뤘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시아판 18일자에서 '일본의 슬픈 이야기(Japan's Sob Story·사진)',격주간 경제지 포브스도 18일자에서 '공황이 확산되고 있다(The Panic Spreads)'는 제목으로 일본의 경제위기를 진단했다.

세계의 권위지들이 일본을 집중 조명한 것은 일본의 경제불황이 일본을 넘어 세계경제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시작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나 일본 국민들은 이를 개의치 않는다"면서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일본의 불감증을 꼬집었다. 경제 침체 속에서도 일본은 여전히 세계 2위의 부국으로 국민에게 풍족한 생활과 질좋은 공공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잡지는 그러나 일본의 현 상태는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게 되고, 결국 일본경제를 수개월 또는 수년 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하나 이는 적지 않은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일본경제는 갑작스런 붕괴는 아니라 하더라도 점진적으로 미끄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포브스는 "일본은 1930년대 미국에서 발생했던 대공황과 같은 사태를 맞고 있다"며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타임은 "10년 이상 암울한 그림자가 일본경제를 덮치면서 이제 일본이 직면한 것은 미래가 더 이상 밝지 않다는 서글픈 진실뿐"이라고 진단했다.

이 잡지는 "경제 호황기에 전세계의 고가 미술품을 74억달러(약 9조6천억원)어치나 사들였던 일본인들이 이제는 거의 내다 팔고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Sunflower)' 등 몇점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