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방문할 도라산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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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경의선 도라산역을 함께 찾는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한 대화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라산역이 남북 분단의 상징적 장소이자 남북화해의 기대가 서린 곳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곳 방문은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를 대내외에 알려주는 의미도 없지 않다. 정부로선 한국을 처음 찾는 부시 대통령이 이곳을 둘러보면서 대북 인식이 다소 누그러지기를 기대한다. 또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비무장지대(DMZ)를 관통하는 경의선 연결작업이 탄력을 받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준비하면서 도라산역 행사에 가장 역점을 두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도라산역 방문 행사를 부시 대통령 방한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보고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도라산역 행사는 지난해 10월 추진됐던 부시 대통령의 첫 방한 계획 때부터 잡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 양측은 지난달 부시 대통령의 2월 방한 계획이 발표된 뒤 경의선 방문을 재추진키로 하고, 미국측 선발대의 방한을 통해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했다.

지난달에는 한승수(韓昇洙)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현장을 찾아 행사 준비를 점검했고, 14일에는 최성홍(崔成泓)외교부장관이 다시 현장을 둘러보면서 사전준비 상황을 확인했다.

도라산역이 DMZ 남방한계선에서 6백50여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은 특히 경호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우리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도 지난달 현장을 찾았으며, 미국측 선발대도 현장을 두세차례 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이 머무르는 시간은 약 30~40분.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현재 한·미 양국이 협의 중이다.

경호에는 청와대와 백악관 경호팀, 주한미군과 기무사령부가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군 관계자는 "도라산역은 북한 직사화기의 사거리 밖"이라며 "경호상의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고 있는 동안 조기경보기를 비롯해 첨단 장비를 총동원해 북측의 군사적 움직임을 철저히 감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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