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2관왕 '설원의 인간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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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설원을 뒤로 하고 하늘로 힘차게 치솟은 인간새는 두꺼운 고글을 쓰고 공중을 나는 마법사 해리 포터와 흡사했다.

땅바닥에 사뿐히 내려와 벗어던진 헬멧에는 아직 앳된 얼굴이 드러났다. 밸런타인 데이 선물을 받은 소년처럼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2만여 관중은 힘찬 갈채를 보냈다.

21세의 시몬 암만(스위스·사진)이 쟁쟁한 스타들을 제치고 이번 올림픽 스키점프(K-90, K-120)에서 두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첫 2관왕으로 탄생한 암만은 1m72㎝·55㎏의 자그마한 체구와는 달리 뛰어난 담력과 침착한 경기운영이 돋보였다. 현재 대학생인 암만은 이번 대회 K-120 예선에서 대회 최장거리인 1백33m를 기록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때 17세의 어린 나이로 처음 출전, 30위권을 기록했던 암만은 지금까지 한번도 월드컵 스키점프 대회에서 우승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선수였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월드컵 랭킹 선두 아담 말리츠(폴란드)를 비롯, 스벤 한나발트(독일) 등 유명 스타들이 총출동해 암만이 '무명의 반란'을 일굴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올림픽 스키점프에서 개인 두종목을 한꺼번에 싹쓸이한 것은 88년 핀란드의 마티 니카넨 이후 처음이다.

솔트레이크시티=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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