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발언 어떻게 보나 "北과 협상 위한 계산된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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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대북 발언이 강·온을 오가는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혼선으로 비춰지는 요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런 주장들이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9·11 테러 사태를 겪고 전쟁을 치른 미국으로선 세계 전략 차원에서 테러 문제와 대량살상무기(WMD)개발을 연관시킬 수밖에 없는데, 미 당국자들이 이런 입장을 강조하다 보면 대북 강경 입장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 차원에서 보면 지난해 6월 부시 대통령이 천명했던 '햇볕정책 지지·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면 자연스레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경·온건 입장을 반복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정부 일각에선 있다. 대북 협상 내지 대화를 시작하는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경수로 건설 중단' 등의 발언이 나오는 것은 지금이 미 의회가 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때란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렇게 대내외 분위기가 긴장되고 유동적인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맞는 기본 입장을 14일 정리했다.

청와대 박선숙(朴仙淑)대변인은 "정상회담에 임하는 정부의 원칙은 한·미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테러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돼야 하며▶이런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 고위 당국자는 "남북 관계보다 한·미 동맹이 우선"이라고까지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간 대화가 재개될 것도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이 분단의 현장이자 마지막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는 한반도에 와서 이를 직접 확인한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며 북·미간 대화 물꼬가 터지길 기대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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