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도 맞췄는데…" 학생·학부모 분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사상 초유의 고교배정 전면 취소 사태가 발생한 9일 수원과 성남·고양·안양 등 경기도 내 4개 고교평준화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은 몹시 당혹스러워하는 모습들이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경기도교육청 등 교육당국에 거세게 항의했고, 일선학교에도 문의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특히 희망대로 학교를 배정받았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재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는 반면 원치 않던 학교에 갈 뻔했던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등 명암이 엇갈렸다.
일산신도시에 사는 주부 신경숙(申京淑·40)씨는 "딸의 희망대로 1지망학교를 배정받아 기뻐했는데 하루만에 웬 날벼락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분당신도시 수내중 3년 黃모(15)양은 "집에서 가까운 D고를 배정받아 8일 교복까지 맞췄는데 너무 황당하다"며 "재배정시 엉뚱한 학교에 떨어질까봐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반면 배정된 학교가 맘에 들지 않았던 학생·학부모들은 다시 찾아온 기회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崔모(16·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양은 "집에서 도보 통학이 가능한 고교가 네개나 있는데도 버스로 1시간10분이나 걸리는 먼 곳의 학교를 배정받아 눈앞이 캄캄했다"며 "집 근처의 희망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고교에 배정됐던 평촌신도시 金모(15)군도 "집 근처 명문고를 놔두고 인기없는 학교에 갈 뻔 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선 중·고교도 교사들이 하루종일 대책을 논의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수원고 문정의(文正義·60)교감은 "갑자기 예비소집이 취소되는 바람에 학생들에게 개별 통보할 시간도 없었다"며 "5백40여명의 학생 중 20여명이 학교까지 왔다 헛걸음을 쳤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 저동중학교 조영식(趙永植·59)교감은 "40여년간의 교편생활 중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고 말했다. 일선고교들은 특히 재배정 작업이 지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배정에 불만을 품은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집단 등록거부' 등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학사운영에 막대한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사일정상 늦어도 오는 19일까지는 재배정이 이뤄져야 다음달 2일 개학에 맞춰 21일 교과서 배부 등을 차질없이 할 수 있다는 게 일선 학교들의 주장이다.
참교육학부모회 박이선(朴二仙·39·여)고양지부장은 "오랜 준비기간을 거친 고교 평준화 작업이 시작에서부터 큰 오류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안일한 행정으로 대혼란을 야기시킨 교육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1단계에서 1백%를 배정한 부천의 경우 오류가 나타나지 않아 배정결과를 그대로 적용키로 했다.
전익진·박현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