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시각장애인의 만두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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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두 눈의 시력을 잃은 1급 시각장애인이 지난 6년간 만두를 빚어 홀로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제공해 화제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한마음애집' 김정숙(62)원장.
1970년대초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의류업을 하며 부유하게 지냈던 金원장은 75년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두 눈의 시력을 잃게 됐다.
장애인이 된 金씨는 78년 사업 실패와 형제간의 불화라는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오자 남편 양승렬(64)씨와 함께 94년 서울을 떠나 낯선 연천군 전곡읍 양원리의 한 허름한 축사에 새 보금자리를 꾸몄다. 金원장 부부는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밭에 버려진 배추를 주워다 만두를 빚어 주위의 홀로 사는 노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처음엔 축사를 개조해 만든 집에 오갈 데 없는 노인 한분을 모셔다 돌보았으나 지금은 몸이 불편한 10명의 노인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 지금까지 만든 만두의 수는 50여만개에 이른다.
金원장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한마음애집에는 서울·동두천과 연천 등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매일 7백~1천개의 만두를 빚고 있다. 이 만두는 불우이웃에게 따뜻한 식사로 제공되고 있다.
金씨는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며 시작한 일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며 "죽는 날까지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 만두 빚는 할머니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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