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추쥔, 두텁게 그리고 천천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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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결승 2국>
○·추쥔 8단 ●·이창호 9단

제 2 보

제2보(16~29)=흑▲로 늘었을 때 백이 바로 공격하고자 한다면 A로 느는 게 급소다. ‘근거의 요소’라고 책에 써 있는 바로 그곳이다. 그러나 이 판에선 생각보다 대단치 않은가 보다.

백A로 둘 경우 ‘참고도1’은 예상되는 흐름의 하나다. 5의 수비에다 8의 양 협공까지 백엔 뭔가 썩 마음에 드는 흐름이 아니다. 그렇다면 ‘참고도2’ 백1로 한 방 치는 것은 어떨까. 그것도 흑2로 머리를 내민 뒤 4로 이어두면 백의 단점이 너무 많아진다. 추쥔 8단이 이쪽을 잠시 놔둔 채 16으로 달려간 것은 공격군의 병력을 보강한다는 뜻이 있다. 그렇더라도 16은 점잖다는 느낌을 준다. 오늘의 추쥔은 차분하고 두텁게 판을 짤 생각이 분명하다. 휘둘리지만 않는다면 먼저 휘두를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이다.

이창호 9단은 서둘러 17, 19로 모양을 정비한다. 20으로 두텁게 수비하자 이번엔 21로 파고들기. 박영훈 9단에게 물어본다.

-포석이 어떤가.

“흑의 실리, 백의 두터움이다. 추쥔 8단은 긴 바둑을 원하는 듯 보인다.”

-이창호 9단의 종반 능력이 두렵지 않다는 뜻인가.

“그런 건가(웃음). 첫 판을 이긴 만큼 천천히 가고 싶을 것 아닐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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