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월 "대화 열어놔도 北 응답없어" 바이든 "포용정책 포기하자는 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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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 지난 5일 미 상원 외교위에서 논전이 벌어졌다.
대표적인 대북 포용론자인 조셉 바이든(민주)위원장은 "(악의 축) 나라들이 미국과 문명세계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대통령의 분석에는 동의한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그들은 서로 똑같지도 않고 연대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랫동안 불량국가로 인식돼온 세 나라를 한 덩어리로 묶으려는 단순한 수사법(修辭法)인가, 아니면 이들에 대한 미국 정책이 변한다는 신호인가"라고 물었다.그는 특히 북한 부분을 지목해 "그동안의 포용정책이 더 이상 가동되지 않는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바이든 위원장은 "북한의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수출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악의 축이라면 미사일을 수출하고 핵무기고를 건설하는 중국이 빠진 이유는 뭐냐"고 꼬집으면서 "테러리스트의 진짜 사탕창고인 러시아가 제외된 이유도 궁금하다"고 물었다.
파월 장관은 '악의 축'이란 논리는 정당하지만 그렇다고 군사공격이나 대화의 포기 같은 정책변경은 아니라는 이분법으로 맞섰다.
그는 북한이 '악의 축'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설명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행동에 실망했음을 분명히 해왔다. 북한은 대량 살상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했다.
또 "미국이 언제 어디서든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했지만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했고, 국민은 굶주려도 계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장관은 "우리는 (악의 축) 나라들의 국민은 악이 아니지만 정부는 악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러시아·중국과 '악의 축' 국가의 차이점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중국과는 같이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가지고 있지만 "악의 축 국가들과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그러면서 해법으로는 대화론과 정치·외교적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온다면 한국과 미국은 어떤 의제든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악의 축 국가들이 테러지원을 그만두기를 원한다면, 국민이 굶지 않기를 원한다면, 또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원치 않는다면 대화를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악의 축이란 언급이 즉각적인 군사개입이나 포용정책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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