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영기업 생산성 外資기업 6분의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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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국영기업의 생산성이 민간기업이나 외국기업에 비해 떨어진다는 사실이 중국의 경우 확실한 수치로 나타났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5일 미국의 권위 있는 민간 경제조사 기구인 콘퍼런스 보드의 조사결과를 인용, 중국 국영기업의 1인당 연 매출액은 8만1천위안(약 1천3백만원)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부·민간 합작기업 생산성(14만5천위안)의 60%에도 못미치는 것이며, 순수 외국기업에 비해서는 6분의1에 불과한 수준이다.
콘퍼런스 보드의 이 조사는 중국에서 사업하는 2만3천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국영기업의 경우 파산과 해고 위험이 적어 근로자들이 생산성 향상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로버트 맥거퀸 콘퍼런스 보드 경제조사담당 이사는 "중국 국영기업의 생산성이 낮은 것은 경영이 나빠져도 국가에 기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중국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외국 기업보다 불리하다. 외국 기업들은 세금혜택 등이 주어지는 경제특구나 개발구에 자리잡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정책적으로 이런 배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들의 주된 강점으로는 명확한 책임경영과 생산성에 따른 임금체계가 꼽혔다.
국영기업 중에서도 지방정부가 경영하는 기업이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기업보다 생산성이 8%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외국 기업의 생산성이 국영기업보다 15~20% 높았으며, 정부와 민간 합작기업이나 외국계 합작기업보다는 6~8% 높았다.
그런데 앞으로 외국 기업들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 전망이어서 생산성 격차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WTO의 내·외국인 차별규정 철폐에 맞춰 경제특구에 있는 외국 기업들의 법인세율(15%)을 중국 기업(33%)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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