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1무3패에 게임당 0.6골 'F학점' 히딩크축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초라한 전적(1승1무3패), 빈약한 득점력(게임당 평균 0.6골)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자신감 상실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힘들여 되찾은 자신감을, 16강 진출의 제물로 삼으려 했던 미국이 보는 앞에서 불과 2주일 만에 까먹어버렸다.
한국의 수비진은 미국의 수비라인 앞에선 그렇게 무력했던 캐나다 공격수들에게 번번이 뚫렸다. 또 공격진은 슈팅을 하는 대신 동료에게 공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대표팀 관계자의 "A매치 다섯 경기를 치르게 돼 이번 대회 참가의 성과를 거뒀다"는 말은 당면 과제가 월드컵 16강인지, A매치 대전료 절약인지 혼동스러울 정도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미국 패서디나 로즈보울 경기장에서 벌어진 북중미 골드컵 3,4위 결정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2위 캐나다에 1-2로 역전패했다.
한국은 투톱을 앞세우는 3-4-1-2 시스템 대신 김도훈을 중앙에, 최태욱·차두리를 측면에 배치하는 3-4-3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플레이 메이커 찾기에 실패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고민을 말해주는 듯 미드필드를 일렬로 배치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라도 부진을 씻으려는 듯 선수들은 전반 초반 활발한 몸놀림을 보였다. 전반 14분 미드필드까지 전진했던 최진철의 패스를 김도훈이 이어받아 공을 한번 툭 친 뒤 수비수를 제치고 돌아서면서 오른발로 슈팅, 선제골을 뽑았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선제골이었다.
반전의 티핑 포인트는 김도훈의 자책골 한 방이었다. 전반 33분 캐나다의 프리킥이 한국 문전으로 날아오자 김남일이 헤딩했다. 골문 쪽으로 향했지만 다행히 크로스바를 맞았다. 퉁긴 공을 캐나다의 제임스 데보스가 헤딩한 순간 김도훈이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것이 한국 골문에 찔러넣었다.
실점보다 더 큰 문제점은 그 다음에 나타났다. 근근이 버티던 선수들의 집중력이 실점 직후 사라졌다.
코스타리카전에서 한 골 넣은 뒤 곧바로 실점한 것과 같은 장면이 나온 것이다. 1분 만인 전반 34분 한국 미드필드 왼쪽에서 짐 브래넌이 페널티 왼쪽 모서리에 있던 폴 스탤터리에게 전진패스를 연결했고, 스탤터리의 힐패스를 받은 드와인 데로사리오는 앞을 막아선 송종국을 제치고 터닝슛을 날려 경기를 뒤집었다.
한편 미국은 코스타리카와의 결승전에서 조시 울프의 선제골과 전문 키커 제프 아구스의 환상적인 프리킥 추가골로 2-0으로 완승했다. 미국은 5전 전승으로 우승컵과 상금 15만달러를 거머쥐었다.
패서디나=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