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어디로 가나 <8> 풀뿌리 지역NG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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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전북지역의 기업인·관리들이 시민단체를 향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 부었다.
전북의 발전을 위해 신공항 유치는 필수적인데도 NGO들은 속절없이 반대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1997년부터 김제 신공항 건설사업을 둘러싸고 중앙의 시민단체들은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지난해 '함께 하는 시민행동'은 김제 신공항 사업을 지자체 예산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선정,'밑빠진 독'상을 주기도 했다.
중앙 유력 단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때때로 해당 지역의 풀뿌리 지역NGO에는 곤혹스러움으로 다가온다.
반대 이유를 납득할 수도 있지만 지역경제나 지역정서 역시 일리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전주에 기반을 둔 '세상을 바꾸는 시민행동21'(대표 김윤덕) 등 전북의 지역NGO들은 당시 신공항 건설에 대해 중앙NGO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상호 갈등을 빚기도 했다.
중앙(전국)과 지방(지역) 시민단체들간의 관계는 협력과 마찰이 공존하는 관계다.
대체로 경실련·환경운동연합 등 전국NGO의 지부들의 경우 중앙과 행동노선을 같이 한다.
그러나 해당 지역의 자생NGO들의 경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98년 부산에서 삼성자동차 퇴출이 거론될 때 부산 환경련 등 중앙 NGO들의 지역 지부들은 삼성을 비난했으나 많은 지역NGO들은 삼성 입장을 옹호했다.
부산 환경련 구자상(44) 사무처장은 "NGO를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문제"라며 "대체로 중앙NGO의 지역 지부들은 주민들이 주장하는 '지역경제 개발'같은 발상을 '지역 이기주의'로 판단하고 있으나 자생적 단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대 김영정(사회학)교수는 지난해 11월 제8차 시민사회포럼에서 "이제 지역NGO들은 지역의 낙후된 경제발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무조건 중앙 지침을 따라가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국에 중앙 유력 NGO의 지부는 약 2백여개. 그들은 거의 모두 지난해 2월 결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회원이다. 따라서 2만개(99년 조사)의 시민단체 대부분이 개별 혹은 지방 풀뿌리 NGO들인 셈이다.
이중 수도권 이외의 지방 시민단체 숫자는 약 9천개(2만개 중 45%)나 된다. 이젠 그들의 주장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호 전문위원
(본사 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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