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비 역대 최고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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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9·11 테러로 충격을 받은 미국이 1980년대의 군비증강정책을 되풀이하겠다고 나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추진 중인 '향후 5년간 국방비 1천2백억달러 증액'구상에서는 이런 의도가 명백히 드러난다.
이 구상대로라면 국방비는 2002년 3천3백10억달러에서 2007년 4천5백10억달러로 치솟아 소련과 격렬한 군비경쟁을 벌였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 육박하게 된다. 현재의 달러가치로 환산할 때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85년의 국방비는 4천5백20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은 81년 취임하자마자 소련과의 군비경쟁에 불을 붙이는 국방비 증액에 착수했다. 81~85년 국방비는 이전의 기록을 해마다 경신하며 수직 상승했고,85년에 정점에 도달했다. 국방비로만 보자면 2000년대 부시의 미국은 20년 전 레이건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군비증강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도 적잖다. 향후 10년간 1조3천5백억달러 감세를 목표로 한 정책이 이미 시작됐는데 지출을 이렇게 늘리면 아버지인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의 '재정적자 유령'이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은 80%를 넘는 대통령 지지율, 대 테러전쟁에 대한 국민 성원 등을 의식해 선뜻 삭감의 칼을 빼들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의 켄트 콘라드 예산위원장은 "우리는 전쟁 중에 있으며 대통령이 국가방위를 위해 추가 지원을 원하면 대체로 대통령은 그것을 얻게 된다"며 예산안 통과를 시사했다.
오는 10월 1일 시작되는 2003 회계연도의 예산안은 4일 의회로 넘어간다. 이 가운데 국방비는 올해보다 4백80억달러 늘어난 3천7백90억달러. 선거 때부터 군인 처우개선을 공약한 부시 대통령의 '뜻'을 담아 군인의 봉급·수당 인상에 큰 몫이 할애됐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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