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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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기를 잠재우는
조심스럽게 사쁜거리는 당신의
발자국소리가
졸음 오는 잠자리의
가장자리를
자긋자긋 밟아 주시고
잠결에도 듣는
당신의 속삭임이
꿈으로 살아나는…

어머니,저는 잘 익은 레몬 열매로 당신의 꿈 속에
열리고 싶은.
-박목월(1916~78)'레몬'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향기와도 같은 형용사의 휘발성.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어 미진한, 알맹이가 있어야 완성되는, 그래서 명사를, 실체를, 사물을, 열매를 안아 키우려고 기다리는, 졸음의 가장자리를 'ㅈ'음으로만 자긋자긋 밟으며 감싸는… 그 형용사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꿈속엔들 레몬이 열릴 수 있으랴.
김화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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