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없는 '울화통 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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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31일(한국시간) 미국 패서디나 로즈보울경기장에서 벌어진 북중미 골드컵 축구 코스타리카와의 준결승전은 다시 한번 한국 축구의 고질병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를 포함, 골드컵 네 경기에서 얻은 득점이 두 점. 그나마 두골 모두 수비수가 넣은 것으로 골 못넣는 한국 축구의 대책이 시급함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스리백 라인 역시 발빠른 코스타리카의 공격에 쉽게 무너졌다. 또 수비와 미드필더들의 조율 미숙으로 수비수 대여섯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는 점도 눈에 띄었다.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코스타리카의 스트라이커 파울로 완초페에게 두골을 내주며 1-3으로 졌다. 한국은 3일 캐나다와 3~4위전을 갖는다.
김도훈·차두리를 투톱으로, 부상한 박지성 대신 최태욱을 플레이메이커로, 경고 누적으로 빠진 김남일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김상식을 내세운 한국은 전반 코스타리카의 빠른 공격과 탄탄한 수비벽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빠른 측면 돌파도 이뤄지지 않아 공격의 활로가 막히면서 내용없는 경기가 이어졌다.
전반 35분 최성용의 핸들링 파울로 내준 페널티킥을 코스타리카의 에르난 메드포드가 실축해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했으나 44분 메드포드가 한국 오른쪽 진영에서 올린 볼을 로날드 고메스가 논스톱으로 오른발 슛, 첫 골을 내줬다.
한국은 후반 들어 최성용의 오른쪽 돌파가 살아나면서 후반 중반까지 일방적인 공세를 폈다. 그러나 6분에는 차두리가, 11분에는 김도훈이 일대일 찬스를 놓쳤고 최태욱 대신 들어간 이동국도 20, 25, 29분 줄기차게 슛을 했지만 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뭔가 될 것도 같다' 싶었지만 골은 다시 코스타리카가 넣었다. 32분 한국 수비수 6명이 한쪽에 몰린 사이 마우시리오 솔리스가 중앙으로 크로스 패스했고, 혼자 있던 완초페가 뛰어들며 논스톱 슛, 2-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한국은 35분 코스타리카 오른쪽 코너플랙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최성용이 문전으로 띄웠고 최진철이 헛발질을 했으나 코스타리카 수비수 발에 맞고 흐르는 볼을 넘어진 채 굴려넣어 만회골을 얻었다.
그러나 감격한 시간은 단 1분뿐이었다. 들뜬 한국 수비수들이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코스타리카는 센터서클 부근에서 완초페에게 길게 한번에 패스했고, 그는 '스트라이커란 이런 것이다'는 것을 시위하듯 왼쪽 골모서리 부근으로 강하게 차넣어 경기를 마감했다.
뒤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미국이 연장끝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 결승에 진출했다.
패서디나=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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