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대 김치냉장고가 덤으로 과열로 치닫는'에어컨 판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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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가전회사들의 에어컨 예약판매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처음에는 사은품으로 소형 가전제품을 줬으나 올 들어 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가 사은품을 동원한 막판 판촉전이 한창이다.
에어컨 예약판매 행사를 하면서 40만원대 김치냉장고를 사은품으로 주는가 하면 DVD플레이어(40만원대)를 50% 할인해 살 수 있는 혜택을 주기도 한다. 스탠드형 에어컨을 사면 50만원짜리 벽걸이형 에어컨을 사은품으로 주는 곳도 있다.
김치냉장고나 DVD 플레이어를 장만하려던 소비자들은 "사은품 때문에라도 이번 기회에 에어컨을 미리 구입할까"를 고민하게 됐다. 가전회사들이 이처럼 값비싼 사은품을 내걸고 에어컨 판매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은품 전쟁=예약판매를 먼저 시작한 회사는 LG전자다.
두달 전부터 신제품 40종 판촉을 위해 TV·청소기·스팀다리미 등 소형 가전제품을 사은품으로 내걸고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올 초 삼성전자가 가세하면서 사은품 경쟁이 달아올랐다.
예약판매에 뒤늦게 뛰어든 삼성전자가 김치냉장고·DVD플레이어 콤보 할인권 등 파격적인 사은품을 내건 것이다.
이에 자극받은 LG가 다음날 곧바로 소형 에어컨을 사은품으로 추가해 판촉경쟁에 나섰고, 삼성도 다시 소형 에어컨을 사은품으로 내걸었다.
업체들의 사은품 공세와 소비심리 회복으로 에어컨 예약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예약물량이 이미 지난해 전체 예약판매량인 8만대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LG 관계자는 "당초 10만대로 정했던 예약판매 목표를 15만대로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한달 정도 늦게 판매에 나선 삼성전자도 지금까지 3만여대를 팔았다.
여기에 TV홈쇼핑 업체들이 에어컨 예약판매 방송시간을 늘리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홈쇼핑에서 평소 보름 동안 팔던 물량(1만여대)을 단 하루에 판매하고 있다.
◇출혈도 불사=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싸움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사은품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판촉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가전회사 관계자는 "소형 에어컨이나 김치냉장고를 사은품으로 주더라도 중소기업에서 납품을 받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은 사은품 가격의 절반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가전회사가 보는 손해가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가전회사들도 이를 뒤늦게 인정하고 최근 모임에서 "소모적인 과열경쟁을 자제하자"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전회사 관계자는 "김치냉장고나 소형 에어컨을 사은품으로 줄 경우 회사가 손해를 떠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전회사끼리 사은품을 더이상 추가하지 말고 판촉행사도 연장하지 말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가전회사들이 사은품으로 주는 김치냉장고의 용량이 대부분 1백ℓ 이하짜리여서 정작 김치냉장고가 필요한 소비자에게는 매력이 없을 수도 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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