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겼다고 즐거워할 상황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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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6·2 지방선거에서 대(大)약진함으로써 민주당이 한층 고무돼 있다. 당내에선 이 기세를 이어가 2012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자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자면 민주당도 6·2 선거에 나타난 민심(民心)을 잘 읽고, 수권(受權)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한 뼈를 깎는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세균 대표도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듯, 민심은 이명박 정권을 견제한 것이지 민주당을 선택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겼다고 즐거워할 상황이 아니다. 무거운 책임의식을 갖고 국민들의 변화의 열망을 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과제는 바로 정 대표의 발언 속에 모두 담겨 있다고 본다. 바로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이다. 그동안 민주당엔 ‘대안(代案) 제시 없는 투쟁’ 또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투쟁의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다. 이걸 벗겨내야 책임 있는 정당으로의 변신(變身)이 가능하다. 투쟁을 하더라도 협력이란 덕목과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투쟁은 비폭력·탈(脫) 이념적이어야 하며 원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민들은 국익과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면 야당도 과감하고 합리적으로 협력하길 바라고 있다. 이제 민주당의 지방단체장·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중앙권력이나 지방단체장과 공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민주당의 지방 권력이 정치투쟁으로 일관하면 지방행정은 커다란 혼란을 겪게 된다.

‘책임 있는 정당’으로의 1차적 실험대는 안보 문제다. 이번 민주당의 승리엔 천안함 사태로 빚어진 북풍(北風)이 지나쳐 역풍을 일으킨 데서 얻어진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북한 소행이 뒤집어지는 것이 아니요,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북한의 도발엔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 안보 허점과 군 기강에 대한 대정부 비판은 매섭게 하더라도 그것이 도를 넘어 북한의 도발을 감싸는 결과로 나타나선 결코 안 된다. 중대한 국가 안보 사안에 대해 초당적 대처의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들은 민주당이 책임 있는 정당임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