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옥죄며 "대화는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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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요즘 워싱턴 정치·외교가의 화제는 단연 북한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의회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가장 먼저 거명하며 이란·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묘사한데 이어 31일 또다시 북한 등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기 때문이다.
미 정부의 고위 관리들을 만난 한승수(韓昇洙)외교통상부장관,임성준(任晟準)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내정자를 비롯한 한국 관리들은 물론이고 미국 언론도 귀를 쫑긋 세웠다. 국무부 브리핑에서도 북한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나왔고,질문이 쏟아졌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9·11 테러 이후의 세계관과 현실정책이라는 이중구조로 설명했다.
'악의 축'이란 극단적 표현은 9·11 이후 전세계에 고조된 우려를 부시 대통령이 대변한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고 바로 제2단계 테러전쟁 같은 군사행동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며 대화를 통한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라이스 보좌관을 만난 韓장관은 "문제의 핵심은 부시의 연설로 과연 대화 재개를 제의한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했느냐는 점인데 라이스 보좌관은 변화가 없다고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북관은 9·11 이후 더욱 강경해졌지만 대화 재개방침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 대사도 같은 점을 강조했다.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만난 任수석은 "국정연설은 미 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한 것"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이 서울에 오면 북·미대화에 대해 우호적인 방향으로 언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무부 브리핑은 마치 북한문제 토론장 같았다.'악의 축'을 얘기하면서 조건없는 대화 재개를 희망한다니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있었고, 세 나라가 연대했다는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왔다. 미국도 대량 살상무기를 갖고 있지 않느냐고 북한이 반박하면 어쩔 셈이냐는 질문도 있었다.바우처 대변인은 "(우리도 갖고는 있지만) 우리는 국제적 비확산체제 강화에 진력하고 있고, 무엇보다 우리는 테러단체와 접촉이 없다"고 응수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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