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상대 연봉조정 LG 유지현 첫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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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꾀돌이' 유지현(31·LG·사진)이 프로야구 연봉조정에서 새 장(章)을 열었다. 유지현은 30일 연봉조정위원회의 판결에서 승리, 프로야구 20년 역사상 처음으로 구단 제시액에 맞서 자신의 요구액을 관철시킨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1백29경기에 출장, 타율 0.283, 9홈런, 53타점을 기록한 유지현은 팀내 연봉고과에서 1위를 기록, 지난해 연봉 2억원에서 10% 오른 2억2천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구단은 팀 성적부진과 부상 등을 이유로 5% 삭감된 1억9천만원을 제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연봉조정위원회의 판결까지 오게 됐다.
이상국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 등 5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는 이날 "유지현의 성적과 팀 기여도를 볼때 인상요인이 분명하다"며 사상 유례없이 선수의 손을 들어줬다.
조정위원회는 그러나 나머지 3명(이병규·김재현·전승남)에 대해서는 구단제시액으로 판결을 내렸다.
조정위원회는 "지난해 연봉 2억원의 이병규는 팀내 연봉고과 2위로 인상요인이 분명하지만 조정신청 마감일인 지난 15일까지 본인 요구액을 밝히지 않아 구단제시액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김재현의 경우는 연봉 인상 대상자지만 지난해 연봉(1억8천만원)에 비해 선수요구액(2억8천만원)이 지나치게 높았다"고 구단의 손을 들어준 배경을 설명했다.
조정위원회의 판결에서 선수가 이긴 경우 구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유계약선수가 되고, 선수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임의탈퇴선수가 된다.
지난해까지 연봉조정신청은 82건이 발생해 68건은 중도 취하됐고, 나머지 14건은 모두 구단제시액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20년 만에 유지현이 연봉조정 승리자가 됨에 따라 'KBO=구단편'이라는 인식이 상징적으로나마 깨지게 됐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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