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화제 2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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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반도체 분야에서 뛰어난 과학도가 되겠습니다."
서울대가 올해 처음 실시한 특수교육대상자(장애인) 특별전형에서 공대에 합격한 이정민(19·지체장애 2급·춘천고졸·사진)군의 포부다.
태어날 때 산소 결핍으로 뇌성마비가 됐으나 보통 아이들과 당당하게 겨루기를 바랐던 어머니(47)의 고집으로 李군은 초·중·고교를 모두 일반학교에서 졸업했다. 그는 "합격의 절반은 어머니의 몫"이라며 지난 한 해의 재수생활을 소개했다.
춘천 집을 떠나 모자(母子)가 함께 서울 강남 종로학원 근처에 7평짜리 월세방을 얻어 매일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도시락 두 개를 싸들고 학원에서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공부하는 힘든 일과의 반복이었다. 보통사람보다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던 李군은 "체력이 떨어져 쉽게 피로를 느꼈지만 나 때문에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했다.
지난해 연세대 장애인 특별전형에서 예비합격했다가 수능성적 등급 미달로 좌절했던 아픔이 약이 됐다. 李군은 유달리 어려웠던 이번 수능에서 3백50점으로 1등급을 받아 지난해의 패배를 만회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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