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美중동정책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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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인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78)왕세자가 미국의 중동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전통적 우호관계가 최근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압둘라는 29일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기자를 자신의 왕궁으로 불러 우회적으로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압둘라는 이날 "양국의 우호관계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중동정책에 관해서만은 미국의 입장을 두둔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국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희생에는 눈을 감아 아랍권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을 거부하라는 양심에 따르는 것이 미국의 의무"라고 충고했다.
압둘라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과 여성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건물을 파괴하는 등 비인도적인 일들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 자살폭탄 테러범이 나오는 것"이라고 팔레스타인측을 옹호했다.
파드 국왕의 와병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사우디를 통치하고 있는 압둘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후 종종 미국의 정책에 반기를 들어왔다. 미국의 친 이스라엘 중동정책에 항의해 예정된 워싱턴 방문을 연기했으며, 이스라엘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사실상 연금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지도자 수감은 전례가 없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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