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약탈 우리 문화 10만점…맥아더가 반환 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일본은 19세기 말부터 제2차 세계대전 패망 때까지 한반도에서 최소한 10만점의 문화재를 약탈해 갔으나, 일본을 점령한 미군 사령관이던 더글러스 맥아더가 문화재 반환에 강력히 반대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신호(2월 4일자)에서 보도했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기록에 따르면 맥아더는 1948년 5월 육군 라디오 메시지에서 "군사행동과 점령으로 인해 없어지거나 파괴된 문화재를 반환하자는 소수 의견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 반환은 일본인들의 감정을 자극해 공산주의 사상의 침투를 쉽게 하고 파괴적 행동을 위한 좋은 토양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타임지는 유럽에서는 연합군이 나치가 약탈해간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반면 일본에서 문화재 약탈문제가 묻혀버린데는 이같은 맥아더의 반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한.일수교를 하면서 경제개발을 위한 자금지원을 받는데 급급해 문화재 약탈에 대해 면죄부를 줘버렸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수교 당시 한국은 불과 1천3백여점의 문화재를 돌려받고 나머지에 대해선 청구권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타임지는 일본의 약탈자들과 관변 고고학자들이 왕릉을 마구 파헤쳐 금 세공품.옥 장식.청자.돌조각품.탑 등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귀한 문화재를 일본으로 실어 날랐다고 설명했다.

이 잡지는 해방 직후 개성의 도굴현장을 찾았던 당시 국립박물관 직원 황수영(83)씨의 증언을 소개했다.

황씨는 "고분이 파괴돼 텅비어 있는 것을 봤다"면서 "사람들이 다가와 '일본인들이 총으로 위협해 내 선조들의 무덤을 파헤쳤다'는 말을 했다"고 회고했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