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물속 반구대 암각화 훼손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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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세계적인 선사시대 문화유적으로 평가 되고 있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가 물에 잠겨 빠른 속도로 훼손돼 가고 있다. 1968년 하류지역에 사연댐을 만든 후 겨울 갈수기를 제외하고 한 해 8개월 이상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고 있는 서울대 김수진(석조문화재 보존과학 연구회장)교수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인공수로를 따로 만들어 암각화의 침수피해를 줄이지 않으면 제대로 보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훼손 실태=金 교수팀은 ▶반구대 암각화는 물에 잠겼다가 빠지면서 수압 등으로 수축 이완 현상이 반복되면서 암석이 깨지고 ▶암각화의 돌에 함유된 석회질이 물에 잠겨 있을때 녹아 없어지는 바람에 암각화의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연댐의 수위가 53m이상 될 경우 암각화가 물에 잠기기 시작해 56m가 되면 모두 잠긴다. 최근 4년간 사연댐의 평균수위는 54.77m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겨울철 갈수기를 제외한 봄철부터 늦가을까지 1년에 8개월 정도 암각화가 전부 또는 일부가 물에 잠긴다. 내년에 반구대 상류 대곡댐이 완공될 경우 사연댐의 수위가 더 높아져 암각화의 침수기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 보존 대책=金 교수팀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침수 피해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거나 ▶반구대 맞은편 언덕 뒤편에 인공 수로를 만들어 물 흐름을 바꾸고 ▶암각화 주변에 제방을 쌓아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 방안 중 사연댐과 대곡댐의 조성 목적인 저수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위조절에 한계가 있고 물막이 둑을 쌓는 방안은 강폭이 좁고 경관을 해칠 가능성이 커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수로를 변경하는 방안을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이상적인 대안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수로변경안도 암각화 상류에 길이 2백~3백m, 하류에 1백~2백m, 높이 40~50m의 물막이를 쌓아야하는 등 사실상 댐을 하나 더 만드는 것과 같아 풀어야할 문제는 많다. 또 산성비 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울산시는 오는 8월 최종 용역 결과에 따라 보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金 교수는 "수로를 바꾸고 못을 막아도 완전한 보존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암각화 보존을 위한 다각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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