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치하 고통의 상징 '애꾸눈사자' 숨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카불 AP=연합]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치하에서 겪은 고통을 상징하는 존재로 세계에 알려졌던 카불 동물원의 애꾸눈 사자 마르잔이 27일 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영국의 동물보호단체가 구호의 손길을 뻗치면서 카불동물원의 동물가족에도 평화가 찾아왔건만 불과 몇주만에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것.

38년 전 독일이 아프가니스탄에 기증했던 마르잔은 올해 나이 50세로, 말년에는 남은 한쪽눈마저 거의 실명상태였던 데다 치아를 몽땅 잃고 다리까지 절면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사망 원인은 신장.간장의 기능장애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르잔의 고달픈 삶은 1990년대 친구들에게 용기를 과시하기 위해 우리로 뛰어든 한 아프간 게릴라를 물어 죽이면서 시작됐다. 다음날 사망한 게릴라의 동생이 찾아와 우리에 수류탄을 던져 넣었으며 이로 인해 마르잔은 짝을 잃고 자신도 애꾸가 됐다. 한편 마르잔의 사망소식을 접한 아프간 과도정부는 마르잔의 장례식을 치를지를 논의 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